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정윤선의 <마스크 시리즈>는 유럽 몇 나라 지역 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진과 퍼포먼스로 구현되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. 시간과 공간(장소),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해 온 인간의 실존에 집중해왔던 만큼 작가는 이번에도 장점마을 금강농산 마스크를 제작하였다. 마스크는 한 인간의 얼굴에 덧씌워져 세상과 그 존재 사이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, 발 딛고 서 있는 장소의 본질과 그것과의 관계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탐색토록 고안된 일종의 장치로 작동한다.

 

 마스크 속으로 실체는 사라졌다. 그러나 감춰짐으로써 더욱 더 주목된다. 마스크는 장점마을 금강농산, 그 텅 빈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마스크 안으로 숨은 어떤 이의 실체를 보다 궁금하게 만든다. 왜 하필 그는 지금, 여기에 서 있는가? 이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는 누구인가? 정윤선의 마스크는 의도적으로 숨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보는 이로 하여금 본연, 인간 실존의 근원으로 귀결시켜 끊임없는 철학적 사유를 유도해내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이다.